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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의 힘으로 재기에 성공한 캐나다 금광회사

□■◆◇ 2021. 3. 11. 09:37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세계 빅3 금광회사인 골드코프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파업은 계속되고 부채는 줄어들 기미 를 보이지 않으며, 생산원가는 터무니없이 치솟고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채굴 사업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르는지경에 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골드코프가 반세기 동안 채굴해 온 캐나다 온타리오의 레드호 광산이 고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당한 금이 매장된 새로운 광산을 찾지 못한다면 골드코프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골드코프의 롭 맥이웬 사장은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맥이웬 사장은 우연히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소스 공개를 통해 전 세계 개발자와 함께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냈다는 리눅스 얘기를 듣게 되었다. 리눅스 방식에 주목한 맥이웬은 광산업계의 불문율을 깨고 색다른 접근을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회사가 소유한 지적 자산을 기밀사항으로 보호하는 대신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지질데이터를 비롯해 여러 소중한 정보와 지식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회사 인터넷 웹사이트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리눅스가 소스를 공개했듯이 탐사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Rob McEwen

 

당시에 이런 시도는 폐쇄적인 사업으로 알려진 광산업분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도전이자 위험이었다. 하지만 맥이웬은 내부에서 빗발치는 심한 반발과 우려를 뿌리치고 220평방킬로미터 규모의 광산에 대한 총 400메가바이트어치의 정보를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맥이웬은 전 세계 누리꾼들에게 금광을 찾는 탐사에 참여하도록 촉구했다. 그리고 '도전 골드코프'를 통해 금 매장 후보지나 효율적인 탐사 방법을 제안하는 참가자들에게 총 57만 5,000달러의 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표했다.

 

이 소식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어 몇 주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의견이 골드코프 본사로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대략 50개국에서 1,000명에 이르는 탐사자들이 이 콘테스트에 참가했다.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고픈 참가자들을 살펴보면 지질학자를 포함해 대학원생, 경영 컨설턴트, 수학자, 군 장교 등 다양했는데 그 밖에 골드코프의 경쟁사 직원들도 많았다고 한다. 맥이웬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수학, 고급 물리학, 인공지능 시스템, 컴퓨터 그래픽, 비유기적 문제를 유기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기업 내부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갖가지 놀라운 능력이 발휘된 것입니다. 처음에 컴퓨터 그래픽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라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니까요."

 

참가자들은 레드호 광산에서 무려 110개의 금광 후보지를 찾아냈고, 그 가운데 80퍼센트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실제로 상당량의 금이 발견되었다. 정확히 220톤이 넘는 금이 채굴되었는데, 돈으로 환산하면 3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양이다. 이는 상금 57만 달러를 투자해 거둔 어마어마한 수익이 아닐 수 없었다.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골드코프는 최첨단 기술과 효율적인 탐사 방법론, 질적으로 향상된 지질 모형을 접할 수 있었다. 정보 보호가 아닌 정보 활용에서 대안을 찾고자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보이던 막막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의 전제 자체를 전환시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매출 1억 달러 규모에 불과하던 골드코프는 이제 매출 90억 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으로 탈바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