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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다시 살아난 독일의 국민 자동차

1945년 독일이 전쟁에서 패한 뒤 영국군이 점령한 볼프스부르크라는 도시에는 영국 공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공장이 하나 있었다. 공장 지하에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폐기된 자동차 부품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전기 전자 기술자 부대를 지휘하는 영국군 찰스 래드클리프 대령과 이반 허스트 소령은 우연히 이 쓸모없어 보이는 자동차 잔해들을 발견했다. 만약 그들이 소용 가치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적지 않은 자동차 자재들은 영원히 고철 더미로 남았을 것이다. 다행히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놓친 중요한 자산을 알아보고 활용했다. 즉, 이 공장의 시설과 자재가 단기적으로는 당장 차량 확보가 시급한 영국군을 위해 저비용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패전국 독일이 회생할 수 있는 자립 기반..

IssueWatch 2021.04.03

영국 항공의 재도약

1970년대 영국에는 국제노선을 취항하는 국영 항공사 두 곳과 국내 노선을 취항하는 항공사 두 곳을 포함해 네 개의 항공 사가 있었다. 그러다가 1974년 3월 31일 네 회사를 합병해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이라는 거대 항공사가 탄생했다. 하지만 완전히 정부 소유가 되어 모든 과정을 정부가 주도하게 된 영국항공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기능을 상실한 채 점차 행동은 굼뜨고 몸집은 비대한 공룡 조직으로 변해 갔다. 합병 이후 10년이 흐르는 동안 영국항공은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비생산적이고 거대한 노동 인력과 대규모 손실만 초래하는 방만한 경영으로 정체성을 잃어버린 공공기관은 점점 더 폐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당시 영국에 나돌던 유명한 농담이 하나 있었다. “BA의 진짜..

IssueWatch 2021.04.02

저가 항공의 시작을 알린 사우스웨스트항공

1967년 텍사스에서 사업을 하던 롤린 킹과 변호사 허브 켈러허는 뜻을 모아 에어 사우스웨스트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에는 텍사스주 내의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세 도시만을 단 세 대의 비행기로 운항하는 소규모 항공사였다. 그나마도 대형 항공사들이 벌인 승인 저지 운동으로 취항하지 못하다가 1971년에야 회사 이름을 사우스웨스트항공으로 바꾸고 드디어 첫 번째 운항을 할 수 있었다. 이 항공사의 비전은 간단했다. 저렴한 항공요금, 소도시 간 잦은 운항, 직원과 고객에 대한 헌신이 그것이다. 사업 모델 역시 당시로서는 매우 독특했는데, 덜 혼잡한 소규모 공항을 이용하고 단거리 노선에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1972년에는 휴스턴 항공편을 휴스턴 국제공항 대신 오래됐지만 도심과 가까운 하비 공항을 이용하는 ..

IssueWatch 2021.03.17

모노폴리 보드 게임의 아버지

방수천 한 장과 공짜로 얻은 물감 세트, 야적장에서 주워온 구슬들과 낡은 골판지, 팔찌에서 떼어낸 장식물 몇 개를 가지고 과연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1929년부터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에 밀려 실직자로 전 락한 찰스 대로는 이런 물건들을 이용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창안했다. 오늘날 '모노폴리'라는 부동산 보드게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게임은 실직 이후에 잡다한 물건을 팔고 다니던 찰스가 처음으로 고안했다. 방수포는물감으로 알록달록하게 꾸민 보드판이 되었고, 여러 조각으로 쪼갠 구슬은 집과 호텔로 변했으며, 아내의 팔찌에서 떼어낸 여러 장식물은 게임용 말로 활용했다. 보드판에 써놓은 거리 이름은 애틀랜틱시티의 실제 거리 이름이었는데, 그곳은 찰스가 실직 이전에 그럭저럭 생활할 때..

IssueWatch 2021.03.12

집단지성의 힘으로 재기에 성공한 캐나다 금광회사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세계 빅3 금광회사인 골드코프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파업은 계속되고 부채는 줄어들 기미 를 보이지 않으며, 생산원가는 터무니없이 치솟고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채굴 사업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르는지경에 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골드코프가 반세기 동안 채굴해 온 캐나다 온타리오의 레드호 광산이 고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당한 금이 매장된 새로운 광산을 찾지 못한다면 골드코프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골드코프의 롭 맥이웬 사장은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맥이웬 사장은 우연히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소스 공개를 통해 전 세계 개발자와 함께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냈다는 리눅스 얘기를 듣게 되었다. 리눅스 방식에 주목한..

IssueWatch 2021.03.11

“가구가 차에 안 들어가면 분해하면 되지" 이케아

스웨덴의 다국적 가구 기업인 이케아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이케아 브랜드의 비전과 경영철학을 읽을 수 있다. "이케아의 비전은 더 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더 나은 생활을 가꾸어가도록 돕는 것이다. 사업 계획 역시 이런 비전을 실천하는 일로서 훌륭한 디자인에 실용성을 갖춘 다양한 홈퍼니싱 제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하는것이다.” 무엇보다 이케아 사업의 주안점은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은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홈퍼니싱 제품을 사용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동원된 여러 방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조립식 가구였다. 작은 차에 탁자가 실리지 않아 다리를 떼어본 ..

IssueWatch 2021.03.10

브랜드가 지켜야 할 선

월트 디즈니의 조카이자 오랫동안 디즈니에서 최고 중책을 담당한 로이 디즈니는 '브랜드'라는 개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한 번은 브랜드 이름이나 이미지를 부여하는 작업에 대해 소떼를 분류하는 작업이라고 비하한 적도 있었다. 이런저 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로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창조하는 일과 이런 이야기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렇게 브랜드를 불신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실제로 로이는 브랜드 수호자의 역할을 누구보다도 탁월하게 수행하고 디즈니 브랜드가 애초에 정한 비전과 신념에 충실하도록 이끈 인물이다. 로이와 얽힌 여러 일화 기운데 2000년에 있었던 일을 살펴보자. 당시 경제는 침체 상태였고 특히 소비재 분야는 더욱 더 경기 부침에 시달려 디즈니의 매출도 1..

IssueWatch 2021.03.09

껌 마케팅의 절반은 브랜드다

윌리엄 리글리가 필라델피아에서 시카고로 이사한 때는 29세로 접어든 1891년이었다. 당시 윌리엄이 수중에 가지고있던 돈은 고작 32달러가 전부였고, 머릿속은 오로지 아버지의 비누공장에서 제조한 '리글리 세탁비누를 어떻게 팔아야할지에 대한 사업 구상으로 가득했다. 드디어 윌리엄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경품을 함께 제공해서 사람들이 비누를 사도록 유도하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사용한 경품은 베이킹파우더였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소비자들이 본 제품보다 경품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윌리엄은 비누 사업을 접고 베이킹 파우더 사업으로 전환했다. 대신에 경품 제공은 그대로 유지했는데, 이번에는 베이킹파우더 한 깡통을 팔 때마다 껌 두 통을 끼워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소..

IssueWatch 2021.03.08

타이어도 환불해주는 백화점

미국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에 있는 노드스트롬 백화점 밖에서 한 중년 남자가 수레에 타이어를 실은 채 이리저리 끌고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자는 잠시 멈춰 서서 창문을 통해 백화점 안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쩐지 좀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곧 다시 이리저리 배회하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 드디어 남자는 노드스트롬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가까운 계산대 가운데 한 곳으로 타이어를 실은 수레를 끌고 갔다. 그곳에 있던 점원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때 점원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백화점 공동 설립자인 존 노드스트롬과 백화점장이 조용히 뒤로 다가와 서서 두 사람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남자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 네, 제가 이 백화점에서 타..

IssueWatch 2021.03.07

나이키의 소셜미디어 대응 실수

나이키 신발을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는 나이키 아이디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은 약간의 추가요금을 내고 색상, 천, 가죽, 밑창, 신발끈 등을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이키 부메랑 로고 아래에 원하는 글자를 세겨 넣을 수도 있다. 나이키 아이디 서비스 홈페이지에 가면 '원하는 모양이 아니면 직집 만들어보세요'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이런 시도는 다양한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 시기적절한 해결책인 것처럼 보였다. 또한 이런 주문 제작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은 나이키의 유명한 광고 슬로건인 '일단 시작하라 Just do it'를 실천할 수 있으니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는 나이키가 소비자들에게..

IssueWatch 2021.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