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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논다 레고

□■◆◇ 2021. 3. 4. 15:26

 

어린 아이나 새로운 브랜드나 이름을 짓는 일은 어려운 작업이다. 이름을 짓는데 정해진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관적인 일이라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름을 짓거나 선택하는 방법은 아주 다 양할 수밖에 없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간단히 설립자나 공동 설립자의 이름에서 따오는 것이다. 세계적인 냉동식품 회사인 버즈아이와 생필품 판매 회사이자 대형 소매업체인 울월스도 설립자의 이름을 그대로 적용한 경우다.

 

설립자의 이름을 브랜드에 사용하는 것은 간단한 방법이지만 여기에 약간 변형을 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영국의 홍차 생산 기업인 브룩본드가 그런 예다. 설립자 아서 브룩은 가상의 파트너 본드를 고안했는데, 브룩보다는 브룩본드가 훨씬 더 그럴싸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선호하는 방법은 단어를 조합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의미를 담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두 단어를 선택한 다음 각 단어의 필요한 부분만 취해서 읽기에 편하도록 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한 가지 사례를 들면, 미국 완구 전문업체인 하스브로는 특정 단어와 관련된 그림을 그려서 단어의 의미를 알아맞히는 새로운 게임을 개발한 뒤, 어떤 이름이 좋을까 궁리하다가 그림picture과 사전dictionary을 조합한 픽셔너리 Pictionary로 정했다고 한다.

 

 

덴마크 목수 출신으로 브릭 장난감의 외길을 걸은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은 '잘 논다'라는 뜻의 덴마크어 레그 고트leg godt에서 착안해 레고Lego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레고'에는 라틴어로 '나는 짓는다'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

 

한편 현대 사진산업의 선구자인 조지 이스트먼은 뉴욕 로제스터에 공장을 건설해 롤필름 제작에 성공한 뒤, 1888년에는 카메라를 고안했다. 그런데 이스트먼은 브랜드 이름을 명한 두 가지 방법을 따르지 않았다. 특별 한 의미가 없는 이름을 짓고 싶었다던 이스트먼의 말을 들어보자.

 

“그 이름은 제가 직접 지었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간결하고 박력이 넘쳐야 하며, 사람들이 간혹 철자를 틀리게 쓰는 바람에 브랜드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특정 상표를 제대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 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제 신조였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자는 K입니다. 왠지 강렬하고 예리한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그래서 K로 시작해서 K로 끝나는 이름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K로 시작해서 K로 끝나는 무수한 글자를 조합하고 따져보는 일이었죠. 수많은 시도 끝에 저는 코닥Kodak이라는 만족스러 이름을 만들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