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와이덴은 유능한 광고인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댄이 가장 즐겨 하는 이야기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진 광고 카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 일화는 기이한 요소를 광고 제작에 활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흥미로운 사례에 해당한다. 문제의 유명한 광고카피는 나이키 광고를 의미하며, 기이한 요소는 유명한 카피를 탄생시킨 영감의 기원, 바로 희대의 살인범 게리 길모어가 1977년 사형당하기 직전에 남긴 마지막 말을 가리킨다.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게리 길모어는 10대에 접어들면서 소년원과 감옥을 들락거리다가 1976년에는 이틀에 걸쳐 시민 두 명을 총으로 살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체포된 후에는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죽이고 싶어서 죽였을 뿐이라고 증언하여 미국 사회를 또 한 번 경악하게 만들었다. 게리가 저지른 살인 때문에 1972년부터 집행이 중지되었던 사형제가 부활되고 대법원은 게리의 사형을 확정했다. 게리는 미국의 사형제를 부활시키고 부활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인물이다.
1988년 댄 와이덴은 나이키를 위한 새로운 광고 시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댄과 동료들은 다양한 스포츠에 도전하는 운동선수들의 모습을 담아 데모 영상을 어느 정도 완성했다. 그런데 문제는 영상을 힘있게 정리해줄 마지막 슬로건이었다. 게다가 의뢰 예정인을 만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여야 하는 날짜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늦도록 잠을 못 이루고 고심하던 댄에게 문득 게리 길모어에 대한 사건 기록이 스쳐 지나갔다. 그날 밤 상황을 댄은 이렇게 묘사했다.
"한밤중에 나는 책상에 앉아 게리 길모어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자는 유타주에서 살인을 범한 뒤 법전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사형 집행인들은 그자를 총살대 앞으로 끌고 갔다.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씌우기 직전에 목사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길모어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자, 시작합시다 Let's do it'라고 말했다.
그와 같은 얘기를 방송과 신문에서 접하며 이런 생각을 한 기억도 났다.
'빌어먹을, 용기가 하늘을 찌르는군. 빨리 사형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런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는 다시 운동화 광고를 생각 하기 시작했다. 사실 난 게리 길모어의 최후진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다르게 고쳐서 종이 위에 써보았 다. '일단 시작하라. Just do it.’ 그 문구를 보자마자 나는 깨달았다. 그게 바로 내가 찾던 슬로건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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