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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도 환불해주는 백화점

□■◆◇ 2021. 3. 7. 15:34

 

미국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에 있는 노드스트롬 백화점 밖에서 한 중년 남자가 수레에 타이어를 실은 채 이리저리 끌고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자는 잠시 멈춰 서서 창문을 통해 백화점 안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쩐지 좀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곧 다시 이리저리 배회하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 드디어 남자는 노드스트롬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가까운 계산대 가운데 한 곳으로 타이어를 실은 수레를 끌고 갔다. 그곳에 있던 점원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때 점원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백화점 공동 설립자인 존 노드스트롬과 백화점장이 조용히 뒤로 다가와 서서 두 사람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남자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 네, 제가 이 백화점에서 타이어를 하나 샀는데 타이어를 끼워 맞출 시간이 도저히 안 되는군요. 이제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반품을 좀 하고 싶은데요.”

 

하지만 그곳은 여러 가지 남녀 의류와 패션 소품을 파는 백화점이지 자동차 관련 용품을 파는 상점이 아니었다. 특히 누가봐도 타이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점원은 남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영수증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니요, 지금 없는데요.”

"아, 그러세요. 그러면 타이어 가격이 얼마였는지 기억 하십니까?”

"25달러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서 점원은 현금 서랍에서 25달러를 꺼내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남자는 밝게 웃으며 점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뒤에 백화점을 나섰다. 존과 백화점장이 서로 한 번 쳐다보더니 곧장 점원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잘했어요.”

 

 

자기 회사가 판매하지도 않은 상품에 대해에 대해 반품을 해주었다는 이유로 회사 간부로부터 칭찬을 받는다면 조금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여기에는 주목해야 할 사연이 있다. 노드스트롬이 지향하는 고객 서비스 방침에는 되새겨볼 만한 깊은 뜻 담겨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사연은 이런 것이다. 페어뱅크스에 있는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예전에 노던커머셜 컴퍼니(NCC)가 소유하고 운영하던 세 상점 가운데 하나였는데, 존 노드스트롬이 NCC를 인수한 것이었다. 그런데 NCC가 백화점 외에 운영한 상점이 바로 자동차 대리점과 타이어 전문점이었다. 아마도 중년 남자는 거기에서 타이어를 구입했을 것이고 따라서 남자가 혼동을 일으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다음은 노드스트롬의 고객 서비스 방침이다. 1901년 설립 당시부터 노드스트롬은 고객 서비스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고, 이제는 노드스트롬 하면 서비스 그 자체로 인식될 정도가 되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절대로 '노'라고 트집 잡지 않는 관대한 환불정책이 유명하다. 환불을 원하는 사람은 노드스트롬에서 취급하는 상품에 대해 반드시 영수증을 체시할 필요도 없다. 또한 판매원은 특별 주문 건에 한해 필요하다면 직접 고객의 집까지 배달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직원들은 다방면으로 아는 게 많고 예의도 바르다. 그리고, 진정으로 고객을 위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게 한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원인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그 배후에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직원 안내서가 있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직원 안내서

노드스트롬에서 일하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우리의 첫째 목표는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이든 직업적이든 목표를 높게 잡으십시오. 우리는 여러분이 반드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정한 직원 안내서는 매우 간단합니다. 우리에게는 오직 한 가지 규칙만 있습니다.

 

제1규칙: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 최선이라고 판단한 일을 하십시오. 이 밖에 다른 규칙은 없습니다. 그리고 백화점 간부나 매장 간부, 인사 담당자 등에게 무슨 문제든 언제나 자유롭게 묻고 요청하십시오.

 

앞서 예로 든 타이어에 얽힌 이야기는 아주 유명한 일화로 노드스트롬에서는 직원 교육 차원에서도 자주 언급되는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사실 논란이 분분하다. 또한 이 일화에 대해 여러 버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직원이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 팔지 않은 타이어를 환불해 주었다는 사실만은 공통으로 다루고 있다. 확실한 것은 앞서 말한 직원 안내서가 실제로 있고 구체적인 내용도 사실이라는 점이다. 직원 안내서는 여전히 사내 문화의 하나로 존재하며, 신입사원은 오리엔테이션날 그 카드를 처음 받게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