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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켄의 빨간 별

□■◆◇ 2021. 3. 3. 09:10

 

현대 사회에서 오각형 빨간색 별은 단순한 기호로 치부되지 않는다. 이 빨간 별은 여러 국기나 각종 기념물에서 국가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오각별이 어떻게 공산주의와 관련을 맺게 되었는지, 또 구체적으로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는 오랫동안 논란이 많았던 문제이지만 대체로 세 가지 가설이 유력해 보인다.


첫 번째는 가장 간단한 설명으로, 별의 꼭짓점 다섯 개는 노동자의 다섯 손가락을 나타낸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가설은 러시아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와 니콜라이 크릴렌코가 처음 만나게 된 시점에 기원을 두고 있다. 당시 크릴렌코는 볼셰비키 당원이었고 장차 소비에트 사회 주의 공화국 연방의 사법검찰 인민위원이 될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크릴렌코는 옷깃에 초록색 별 모양 배지를 달고 있었다. 트로츠키가 그 의미를 묻자 크릴렌코는 별의 다섯 꼭짓점이 다섯 개의 대륙을 나타낸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트로츠키는 붉은 군대의 병사들에게 빨간 별을 달게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세 번째 가설은 러시아 내전과 제1차 세계대전의 종결과 관련이 있다. 이 설명에 따르면 1917년 러시아 군대가 오스트리아와 독일 전선에서 후퇴를 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모스크바까지 오게 되었다. 물밀 듯 밀려오던 퇴각 군대와 모스크바에 남아 있던 러시아 주둔군을 구별하기 위해 군 장교들은 모스크바 주둔군 병사들에게 주석으로 된 별을 나눠주며 군모에 달도록 지시했다. 나중에 주둔군이 붉은 군대와 볼셰비키에 합류하면서 주석으로 만든 별에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빨간색을 칠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붉은 별은 공산주의와 연관을 맺기 시작한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미 하이네켄을 상징하던 심벌이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냉전이 극에 달할 무렵, 하이네켄은 공산주의를 뜻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애초의 디자인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전부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던 별을 빨간 외곽선을 두른 하얀 별로 바꾸었다. 그러다가 냉전이 해소되고 시대 분위기가 달라지자 다시 원래 모양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하이네켄 측의 주장에 따르면 빨간 별은 원래 따뜻하고 유쾌하며 축제의 기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한편 빨간 별이 어떻게 하이네켄을 상징하게 되었는지는 공산주의 연관설보다 훨씬 복잡해 보이는데, 현재 네 가지 가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첫째,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양조업의 상징이 빨간 별이었다고 한다. 당시 양조업자들은 빨간 별에 양조가 잘 되게끔 보호하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하이네켄은 그런 양조사들의 믿음에 흥미를 느껴 빨간 별을 브랜드 상징으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맥주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의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둘째 가설 역시 중세시대부터 유래한 것이다. 별의 네 꼭짓점은 각각 흙, 물, 불, 바람이라는 4원소를 뜻하며, 마지막한 꼭짓점은 미지의 요소로, 양조업자들도 통제가 불가능한알 수 없는 어떤 힘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셋째, 양조장 문 앞에는 별 모양으로 공정 사항을 표시했는데 별의 위치가 변함에 따라 양조 과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뜻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의미가 조금씩 변해 양조 과정이 아닌 맥주 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마지막은 별의 다섯 꼭짓점이 하이네켄 맥주를 특별하 게 만들어주는 다섯 가지 요소를 나타낸다는 주장이다. 그중 네 가지 자연적 요소는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 이스트, 호프, 물을 가리키고, 가장 특별하고 중요한 마지막 다섯 번째 요소는 하이네켄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의 신비한 능력을 의미한 다는 것이다.